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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비 없어서 소송 못한다?’ 이제는 옛말

혜수는 냥코코맘 2023. 11. 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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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민명기 로앤굿 대표)는 지난호 칼럼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소송금융’ 서비스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복습하자면 소송금융 서비스란 이길 만한 소송이라고 판단하면 변호사비를 모두 지급해준 후 승소 후 성공보수처럼 약정금을 돌려받고, 만약 패소하면 아무것도 돌려받지 않는 서비스다. 영미권에서는 소송금융, 독일에서는 법률보험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필자의 회사는 올해 3월 국내 최초로 이 소송금융 서비스를 론칭했다. 현재까지 20건이 넘는 변호사비 지원이 이루어졌고, 1건당 평균 지원금은 1000만원이 넘는다. 최근에는 월간 400건이 넘는 소송금융 신청이 플랫폼에 접수되는 등 점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5년 전 일본에서 소송금융 서비스가 출시되었을 시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빠른 성장 속도이다.


이렇게 새로운 서비스가 사회적 관심을 받으면 으레 머리를 스치는 불안감이 있다. 현행법과 충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것이다. 우리 사회는 타다와 로톡 사태를 겪으면서 혁신과 규제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과연 소송금융 서비스는 현행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을까. 

필자는 소송금융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대형로펌 두 곳으로부터 6개월간이나 법률 검토를 받았다. 그 결과 로앤굿의 소송금융 지원 계약서는 약 20여 페이지에 달한다. 이에 우리 사회와 소비자들, 그리고 변호사들이 이 서비스에 대하여 안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그 검토 내용을 일부 공개하고자 한다. 그 다음으로는 어떤 의뢰인, 어떤 사건이 주로 소송금융을 이용하고 있는지 이용 현황에 대해서 소개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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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금융의 세 가지 쟁점

우선 소송금융과 관련한 첫 번째 쟁점은, 소송금융 회사가 의뢰인에게 변호사비를 지급하는 것이 ‘대여(빌려주는 것)’에 해당하는지 또는 ‘투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만약 ‘대여’에 해당하면 대부업법 또는 이자제한법이 적용된다. 그렇다면 소송금융회사는 대부업으로 등록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금융 관련 규제도 받아야 한다. 만약 ‘투자’에 해당하면 자본시장법 적용 여부가 문제되고 이에 따라 소송금융 회사는 인가 등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송금융의 법적 성격은 ‘대여’가 아니라 ‘투자’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어떤 계약이 금전대여인지 투자인지 다루어진 사안에서 그 기준점을 명확히 설시하고 있다. 법원은 ‘원리금을 확정적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18다235576 등)

소송금융 계약은 의뢰인이 승소한 경우에만 약정금을 돌려받고, 패소한 경우에는 원금 반환의무가 전혀 없으므로 이 기준에 따르면 당연히 ‘대여’가 아니라 ‘투자’에 해당하게 된다. 특히 소송금융 회사는 단순히 승소만 했다고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인 집행까지 되어야 비로소 약정금을 받을 수 있다. 즉 판결 후 피고로부터 돈을 실제로 지급받아야 비로소 회수할 수 있는데, 이는 승소 가능성보다도 더 불확실한 요소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승소 판결을 받았는데도 피고가 돈이 없어서 아무것도 받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소송금융 회사 역시 소송의 상대방이 무일푼인지 또는 재산이 많은지 알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소송을 진행해야 비로소 핵심적인 증거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많고, 소송 도중에 예상하지 못한 불리한 증거가 새롭게 등장하는 경우도 많다. 이 모든 리스크는 소송금융 회사 입장에서 원금 반환에 실패할 수 있는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 이를 종합했을 때 소송금융은 원리금 반환이 확정적으로 약속되는 형태의 ‘대여’ 계약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소송금융의 성격에 대하여 명확히 판단한 미국 판결도 있다. 뉴욕주 대법원 판결은 ‘링스 스트래티지스 대 페레이라 (Lynx Strategies v. Ferreira) 사건’에서 우리나라 대법원과 유사한 기준을 설시하며 소송금융은 대출이 아니라고 명시적인 판단을 하였다. 구체적으로는 ‘금전 지급자의 수익이 장래의 가능성에 달려 있는 경우, 예를 들어 재판의 승패 또는 합의의 실패 등에 따라 금원 지급 의무가 없는 경우에는 대출(usury)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두 번째 쟁점은 자본시장법 적용 여부가 된다. 소송금융이 ‘투자’에 해당한다면, 법적 개념으로 투자 상품이나 증권에 해당하여 금융 관련 규제가 적용되는지 검토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송금융은 증권이 아니라서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법 내용을 보면 소송금융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제3조 제1항)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증권성(제3조 제2항) 등을 갖는지 보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증권 중에서도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는지 검토하였다. 

검토 결과, (1)자본시장법 문언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사업(enterprise)’이 그 대상이어야 하는데 ‘소송’을 ‘사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가 없고, (2)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상 투자계약증권은 다수의 집합투자적 성격이 있어야 하는데, 소송금융은 회사와 의뢰인 간의 1 대 1 계약으로 진행될뿐더러 이를 제3자에게 양도, 매매하는 성격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증권성이 있다고 볼 수가 없다.

또한 자본시장법은 기본적으로 다수의 집합투자자, 소위 개미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것을 그 이념으로 한다. 이미 제1조(목적)에서부터 ‘투자자를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소송금융 서비스에 있어서 투자자는 소송금융 회사이지 다수의 개인들이 아니다. 개인들은 소송금융을 받는 측에 해당한다. 따라서 만약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면 오히려 소송금융회사(투자자)를 더 보호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법률의 취지상 이 법을 무리하게 적용할 이유가 없다.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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