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14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천안 소재 상가건물을 세 남매가 상속받았다. 두 누나는 각각 지분 10%, 막내인 남동생 A 씨는 지분 80%를 소유했다. 상가 임대 관리는 A 씨와 어머니가 누나들의 도장을 맡아 처리해 왔다.
어머니는 남동생보다 훨씬 적게 상속받은 누나들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2020년 12월 어머니는 자신이 소유한 서울 도봉구 아파트 등 부동산 지분을 두 딸에게 증여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다. 대신 누나들이 갖고 있는 천안 건물 지분은 남동생에게 넘긴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듬해 2월 어머니는 아들 A 씨에게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누나들에게 신분증과 도장을 받아 동의 없이 포기 각서를 만들고 일방적으로 상속처리했다"며 "누나들이 엄마를 생각해서 소송도 하지 않고 넘어갔음을 기억하고 고맙게 생각하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남은 재산도 두 딸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남매들 사이에는 곧 다툼이 벌어졌다. 작은누나 B 씨는 A 씨와의 통화에서 "우리 명의로 된 재산을 포기한 거니까, 너도 네 거로 된 것을 포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A 씨가 "엄마 이름으로 돼 있는 것을 주는 것"이라고 반박하자 B 씨는 "그렇게 따지면 천안 (건물)도 내 이름으로 돼 있는 것을 너한테 주는 것"이라며 "우리가 아빠 재산을 포기했을 때 나머지 재산은 우리 주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집은 그렇게 우스울 정도의 가격이 아니다"고 따졌다. B씨는 "천안 땅도 그렇게 우스울 정도의 가격이 아니다"고 받아치며 "가격이 비슷하게 옮기자 하잖아. 모자라면 현금으로 너한테 더 주든지, 아니면 네가 (우리에게) 더 주든지 이러면 되는 거잖아"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마음을 바꾸었다. 두 딸이 자신의 예금통장에서 14억8900여만원을 인출해 갔으면서도 천안 상가건물 지분을 아들에게 계속 넘기지 않자 그해 5월 아들과 함께 두 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두 딸이 이행하기로 한 조건이 실행되지 않아 부동산 증여계약이 취소됐다며 도봉구 아파트 등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한 것이다.
어머니는 또 이전에 쓴 유언장을 철회하고 자신의 부동산, 채권 등 재산 일체와 소송을 통해 두 딸에게 반환받게 될 재산 일체 모두 아들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새로 썼다. 그리고 그해 9월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남매간 분쟁은 계속됐다. 급기야 누나들은 남동생 A 씨가 천안 상가건물을 임차인들에게 임대할 때 자신들의 도장을 허락 없이 썼다는 이유로 고소했다. A 씨는 민사소송이 제기된 후에도 누나들 도장을 이용해 상가 공간 일부를 두 차례 임대한 적이 있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명의 사용에 대한 누나들의 '추정적 승낙'(현실적 승낙이 없었더라도 내용을 알았더라면 당연히 승낙할 것으로 예견되는 경우)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김예영 판사는 "적어도 A씨와 누나들 사이에 민사소송이 제기된 2021년 5월 이후에는 추정적 승낙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A 씨가 누나들 의사에 반해 부동산 월세계약서를 작성, 교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A 씨에게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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